
서울 종로 보신각 앞
이소선합창단은 2024년 8월 12일 월요일 민주노총에서 마련한 노조법 2/3조 개정 거부권 저지를 의한 투쟁문화제 겸 촛불집회에 함께 했다. 투쟁문화제에 앞서 같은 뜻을 가진 개신교 단체에서 마련한 기도회가 있었다. 합창단은 기도회에선 집회 참여자로 함께 했다. 노조 활동의 큰 장벽이 되고 있는 손배소를 엄격히 제한하여 원활한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개정 노조법에 대한 윤석열의 거부권 저지가 기도회와 노동자들의 집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입을 모아 요구한 목소리였다.
이소선합창단의 소개는 합창단의 매니저이자 금속노조 중앙사무처 조직국장이기도 한 이장주가 맡았다. 이장주는 합창단이 투쟁으로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노동자 집회에서는 투쟁으로 하는 인사가 의례적이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대신 투쟁이라는 외침으로 목소리를 높여 인사로 삼는다. 하지만 합창단으로선 처음으로 해보는 인사여서 처음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모두가 그만 고개를 숙여 보통 때처럼 인사를 한 것이었다. 이장주는 누구나 실수는 있는 법이라며 그러나 한 번 더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두 번째 인사에선 합창단 단원들이 모두 주먹을 쥐고 투쟁을 외쳤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투쟁을 외쳐 인사로 삼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이소선합창단은 모두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곡은 <진군의 노래>였다. 노래는 노동자들이 “깨지고 짓밟혀도” 또 “뺏기고 또 뺏겨도” 진군할 것이라 알려준다. 노동자들이 진군하는 길에서 노동자들을 기다리는 세상은 “노동 해방”의 “참된 세상”이다. 물론 그 세상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기업측에서 부당한 손배소로 노동자를 괴롭히지 못하는 세상이다. 그 세상을 위한 법은 제정되고 있으나 윤석열이 계속하여 그 법을 거부하고 있다. 집회를 하는 동안 집회 현장의 바로 옆에선 “퇴진 윤석열”의 구호가 적힌 깃발이 무더위를 꿋꿋히 감내하며 함께 서 있었다. 바람이 그 뜻에 전적으로 동조한다는 듯 종종 깃발을 흔들고 지나갔다.
합창단의 두 번째 노래는 <나를 일으킨 친구> 였다. 이번에도 윤석열의 거부권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 거부권이 노동자들의 싸움이 실패로 끝났다는 뜻이 될 수는 없다. 뜻이 꺾인 자리에서 무너지는 것이 노동자가 아니라 끊임 없이 일어나 또 다른 노동자로 싸움을 이어가며 다시 싸움에 나서는 것이 이 땅의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삶은 한 노동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여생을 너의 다음 생으로 너의 다음 생으로 살련다”는 또다른 의지로 이어지며 그 뜻을 이루는 날까지 계속된다.
앵콜곡이 있었다. 합창단의 사회를 본 이장주는 합창단이 부를 노래를 가리켜 노래가 시작되면 주먹을 쥐고 일어서게 되는 노래라 했다. 노래는 “투쟁의 망치로 노동자의 하늘을 열던 가슴 시리게 사무치는 총파업 기억으로” 시작되었다. <해방을 향한 진군>이다.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이 주먹을 쥐고 있었고 노래를 듣는 노동자들도 주먹을 쥐고 있었다. 노래는 투쟁이라는 힘찬 구호로 마무리되었다. 날은 무더웠으나 노동 해방을 위한 의지는 그보다 더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