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한 노동자들을 위한 노래 – 서울노동권익센터 총파업 결의대회 연대공연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서울노동권익센터 총파업 결의대회
서울 시청 동편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2024년 9월 10일 화요일의 오후 2시반에 서울 시청의 광장 동편에서 집회를 갖고 파업의 결의를 다졌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흘러내리는 땀이 그치질 않는 날씨 였다. 폭염이 주의보로 발령되는 날씨였지만 노동자들의 의지를 막지는 못했다.

파업이란 노동자들이 일을 손에서 놓는 것이 아니다. 파업은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가를 노동의 부재를 통해 알리는 행위이다. 우리는 부재를 통하여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게 될 때가 있다. 물속으로 잠수해본 사람은 물속의 공기 부재를 통하여 우리가 숨쉬는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절감한다. 우리는 공기로만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노동 또한 우리가 숨쉬는 있는 공기의 하나이다. 공기가 당연하듯 노동이 당연해질 때 이 사회는 노동의 소중함을 잊는다. 파업은 말하자면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잊었을 때 노동의 인위적 부재를 통하여 그 가치를 일깨우는 행위이다. 없어보면 소중함이 절실해질 때가 많다.

이소선합창단은 세 곡의 노래로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과 연대했다. 첫곡은 <솔아 솔아 푸르는 솔아> 였다. 노래가 말한다.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라고. 노동자가 일하는 곳의 환경이나 노동 조건이 열악하면 노동자에게 그 환경과 조건은 노동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인간의 이름에 값하는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지고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노예와 다름없는 억압의 삶이 노동자를 짓누를 뿐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노래가 창살에 갇힌 수감자와 진배없는 노동의 현실을 노래했지만 한편으로 노동자들이 겨울이란 계절마저 이겨내는 푸르른 솔의 의지로 그 현실을 무너뜨릴 것이라 예언했다.

두 번째 곡은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 였다. 노래는 이 세상이 누구의 손에 의해 호흡하고 있는가를 분명히 알려준다. “우리가 지은 밥과 만든 옷들과 우리가 쌓은 벽돌”이라 말한다. 노래 속의 우리는 모두 노동자를 가리킨다. 이 세상의 누구도 공기 없이 살 수 없듯이 밥, 옷, 집 없이도 살 수가 없다. 세상은 모두 노동이 만든 온갖 것들로 호흡이다. 그 모든 것이 자본이나 권력의 이윤 추구 앞에 수탈되면서 노동자들은 인간의 이름으로 누려야할 노동 환경을 잃고 있다. 그러나 집회의 자리에는 “참해방 맑은 눈물 우리 가슴 채운 의지로 일어”난 노동자들이 모여있었다. “피땀의 찬란한 꽃으로 피어난 우리 새세상 노동자”들이었다.

세 번째 곡은 <진군의 노래> 였다. 노래는 노동자를 이렇게 말한다. “깨지고 짓밟혀도 우린 노동자”이며 그 노동자는 “자유와 평화 지키는 이 세상의 일꾼”이라고. 노동자란 어떤 핍박 앞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이름이란 뜻일 것이며, 그 노동자가 제대로 된 환경과 조건에서 일할 때 비로소 자유의 세상이고 그때 세상은 평화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그 세상을 위해 모두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다. “노동 해방 위해 자 진군이다”라고 노래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일 할 것이다. 세상의 자유과 평화가 노동의 해방을 통해 온다.

앵콜이 있었고 <해방을 향한 진군>이 그 앵콜에 대한 답이었다. 그 진군 앞에선 “투쟁의 망치로 노동자의 하늘”이 열린다. “가슴시리게 사무치는 총파업”의 힘이 그 진군을 이끈다. 파업은 일을 손에서 놓는 것이 아니다. 파업은 노동의 부재로 이 사회에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행위이다. 어느 누구도 숨쉬지 않고 살 수 없다. 어느 누구도 노동의 호흡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심지어 자본이나 권력자들도 노동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그런데도 항상 노동의 목소리는 외면 받는다. 그래서 노동이 참다 참다 인내의 한계에 이르렀을 때 노동을 지워 그 부재로 노동의 가치를 일깨운다. 파업으로 노동자들이 노동을 지웠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파업했다. 이소선합창단은 네 곡의 노래로 노동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파업 전선에 선 노동자들과 연대했다. 때로 호흡이 끊기는 부재의 절박함에 속에서 노동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던 호흡의 고귀함이 드러난다. 잠시 노동은 부재였다. 그러나 그 부재는 없음이 아니라 없음을 통해 있을 때의 노동이 갖는 가치를 들여다 보라고 외치는 행위였다.

2 thoughts on “파업한 노동자들을 위한 노래 – 서울노동권익센터 총파업 결의대회 연대공연

    1. 가을 날씨가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는 했어요. 응원하고 함께 해주시는 마음을 잘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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