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역 광장
이소선합창단은 2024년 8월 8일 목요일 8.15 한국노총 통일대회의 무대에 섰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통일의 꿈을 외친 집회였다. 꿈은 통일에 있었지만 집회에서 나온 목소리는 하나 같이 윤석열 비판에 모아졌다. 윤석열이 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가 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말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그 꿈에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은 그리 거대한 것은 아니다. 그냥 남북의 노동자들이 만나 함께 축구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교류와 그러한 교류를 통해 만들어가는 평화 속에 남북이 함께 잘사는 것이 통일이란 이름을 내세운 그 꿈속에 담긴 소박한 바람이다. 화해 대신 대결의 길을 걸으며 남북의 대치 상황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윤석열 정권이어서 집회의 목소리는 모두 윤석열의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로 모아졌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를 불러 남북 노동자의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꿈꾸는 노동자들의 집회에 그 뜻을 함께 했다. 첫 곡은 <진군의 노래> 였다. 노래는 “자유와 평화 지키는 이 세상의 일꾼”이 노동자라고 말한다. 원래의 노래에서 진군은 “노동 해방”을 향하지만 오늘은 그 진군을 통일의 길에 양보했다. 그 통일이 “이 땅의 내일을 열어갈” 소중한 길이란 것은 노동 해방을 향하여 길을 걸을 때와 마찬가지이다. 가끔 노래는 그렇게 소중한 것을 위하여 원래의 길을 양보하기도 한다.
합창단이 두 번째로 부른 노래는 <철망 앞에서> 였다. 얼마전 세상 뜬 김민기의 노래이다. 노래는 아무리 철망이 막아서도 그 철망을 뚫고 “냇물은 흐르네”라고 일러준다. 흐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노래는 “싱그런 꿈들을 안고 흘러 굽이쳐 가네”라고 더욱 자세하게 냇물의 힘을 알려준다. 노래는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이 냇물과 같은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그 냇물들이 소리치고 있다. “자 총을 내리고 손을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라고. 냇물이 “마음껏 흘러서 가”는 통일된 세상이 그 뒤에 온다. 노동자들이 그 세상을 위해 교류와 평화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한국의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 인권을 외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데 노동자들은 모여 남북 노동자의 교류와 평화까지 꿈꾼다. 그 꿈의 자리에서 이소선합창단이 통일의 길로 힘차게 진군하는 노래와 철망을 뚫고 흘러가는 시냇물의 노래로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