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시간도 꺾지 못한 복직 투쟁의 의지 – 세종호텔 노조 투쟁승리 목요문화제 연대 공연

2024년 8월 22일 목요일 세종호텔 노조 투쟁승리 목요문화제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명동의 목요일을 자신들의 요일로 만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세종호텔 노조이다. 코로나를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하고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복직을 외면하고 있는 주명건에 맞서 세종호텔 노조는 매주 호텔 앞에서 집회를 갖고 회사측의 성의있는 협상 자세와 해고자의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그 시간이 천일에 가까워지고 있다. 천일의 시간은 어떤 의지도 꺾어버릴 정도로 길고 오랜 시간이지만 노동자들이 다지는 복직 투쟁의 의지는 점점 더 굳건해지고 있다. 목요일은 그들의 굳건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노조의 시간이다. 8월 22일 목요일에도 세종호텔 노조의 집회는 예외가 없었다.

날은 간간히 빗발이 뿌리는 궂은 날이었다. 하지만 집회 시간이 다가오면서 서쪽 하늘에서 지던 해가 얼굴을 내밀었고 하늘은 비를 거두면서 집회에 협조를 하는 듯 싶었다. 잠깐 얼굴을 본 해는 반가웠지만 여름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집회 도중에 두 번 정도 굵은 빗줄기가 사람들의 머리맡을 훑고 지나갔다. 자본가의 탐욕도 노동자의 뜻을 꺾을 수 없지만 어떤 궂은 날씨도 노동자의 의지는 흔들지 못한다. 더위는 물론이고 예고없이 들이닥치는 소나기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자들은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복직을 외쳤다.

이소선합창단은 두 곡의 노래로 세종호텔 노조의 싸움에 함께 했다. 첫 곡이 흐른다. 노래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말한다. 창살이라 했으니 독재 시절 감옥에 갇혔던 민주 인사들의 삶을 말한 것이지만 자본 또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내쫓은 뒤 그들이 당연히 돌아가서 일해야 할 곳을 가로막는 거대한 창살의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 오늘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창살이 가로 막는다고 돌아서지 않는다. 세종호텔 노조가 명동의 목요일을 그들의 요일로 삼고 천일을 걸어온 복직 투쟁의 길이 그 반증이다. 그들은 반드시 돌아가서 옛일터에서 새롭게 일할 것이다.

“깨지고 짓밟혀도 우린 노동자 자유와 평화지키는 이 세상의 일꾼.” <진군의 노래>가 집회에 울려퍼진다. 이소선합창단이 부른 두번 째 곡이다. 노래는 “자랑스런 미래를 짊어지고 이 땅의 미래를 열어갈 우린 노동자”라고 말한다. 바로 그 미래를 위하여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천일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는 굳센 모습으로 노래의 앞에 앉아 있었다. 노래는 그들의 진군을 말했지만 동시에 노래는 그들의 진군에 바치는 존경의 마음이기도 했다.

한 곡의 노래가 더 있었다. 노동자들의 앵콜에 부응한 노래였다. 합창단은 <철망 앞에서>를 불러 노동자들의 앵콜에 답했다. 분단의 현실을 노래한 곡이지만 첫 곡과 마찬가지로 철망은 이제 자본의 탐욕이 보여주고 있는 부당한 태도가 된다. 코로나를 이유로 해고 했다면 코로나가 끝났을 때 다시 복직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복직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태도는 남북을 가르고 소통을 막는 철망에 비견되기에 충분하다. 노래는 “자 총을 내려”라고 외친다. 그 외침은 노동자를 내쫓으며 오직 사측의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탐욕을 내려놓으라는 소리로 바뀌어 들린다. 그들이 탐욕을 버리면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맘도 흐르”는 세상이 펼쳐진다. 막힌 세상이 아니라 흐르는 세상이다. 그것이 인간의 세상이다. 노동자들은 지금 철망으로 막힌 세상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서로서로 흐르는 세상을 위하여 싸우고 있다.

이소선합창단은 자주 세종호텔 노조의 집회에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의 시간, 명동의 목요일에 다녀오는 날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 목요일의 시간에 함께 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싸우는 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목요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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